정준민 기자
대구지역 시민사회가 호소문을 통해 '홍범도 장군 역사 지우기 철회'를 촉구했다.
광복회 대구지부와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대구경북전문직단체협의회, 대구사회연구소 등 대구경북 17개 전문직·종교계·시민사회단체는 13일 오후 중구 교남YMCA에서 '홍범도 장군 역사 지우기 철회를 위한 대구경북 시도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가 항일 독립운동가 홍범도(1868~1943) 장군 흉상을 결국 철거하기로 결정한 탓이다. 전국에서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시민사회가 "역사 지우기"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 단체는 호소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파행적 국정운영, 그 중에서도 일제를 향한 무장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홍범도 장군 역사를 지우고자 하는 일련의 행태를 비판한다"고 밝혔다.
특히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를 언급하지 않고 어떻게 대한민국의 역사와 국방의 사명감을 논할 수 있겠냐"며 "실사구시가 아닌 추상적 논쟁이 가져온 조선 후기의 참담한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또 다시 이념논쟁으로 국력을 소진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문적 차원의 역사 왜곡과 민족사적 차원에서의 국군과 육군사관학교의 정통성·정체성 훼손에 대해 우리는 비분강개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장군의 흉상 제거 문제를 불러온 책임자를 문책하고,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우리의 뜻에 대구경북 시도민들도 적극적으로 동조해달라"고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대구경북 시도민들을 향한 호소문을 발표한 이후 "홍범도 장군 모욕 중단"과 "독립전쟁 역사 존중", "친일매국에 대한 대통령 사과" 등이 적힌 피켓팅을 벌였다.
이어 정부에 ▲홍 장군을 정치 이데올로기적으로 이용해 모욕하는 행위 중단 ▲역사 왜곡 중단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복귀 ▲국방부 청사 앞 흉상 제거·해군 함정 명칭 변경 논의 철회 ▲윤석열 대통령 사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 특강도 이 자리에서 이어졌다.
'홍범도 장군의 절규'라는 시로 최근 이슈가 된 42년 홍 장군 연구자 이동순(73) 영남대 명예교수가 '홍범도 장군 항일무장투쟁의 역사적 의의'를 주제로 홍 장군의 생애와 고난에 대해 시민들에 강연했다.
이 교수는 "국방부 장관은 홍범도 장군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과 모욕을 퍼부으며 반드시 철거해 옮기겠다고 하는데, 홍범도 장군이 역사를 더럽힌 매국노도 아닌데 철거가 웬 말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써서는 안 될 용어를 함부로 쓴다"며 "모멸감을 참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의 생애는 형언할 수 없는 비극적인 과정"이라며 "홍 장군은 독립을 위해 두 아들과 아내를 모두 나라에 바치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을 '빨갱이'라고 표현하고, 홍 장군의 흉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