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의 사이드뷰] 쿠팡플레이 태도 돌변으로 새 국면 맞은 '안나 사태'
"수많은 알고리즘 조작 의혹과 자사 상품 리뷰조작, 대기업도 좌지우지하는 쿠팡의 갑질 사례를 봐도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는 자율규제로 해결된 수준이 아니다." - 지난 17일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온플넷) 논평 중 논란과 문제제기가 끊이질 않는다. 대기업도 피할 수 없다. 22일 <한겨레>는 "쿠팡이 '단가 후려치기' 등 자사 거래 정책을 공개적으로 문제삼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로켓배송 납품 거래를 중단하는 등의 '보복'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카콜라, 엘라스틴샴푸, 크린랲, 페리오치약 등 대기업 상품들도 이러한 보복 갑질을 피해갈 수 없었다고 한다. 쿠팡 논란은 내외부를 가리지 않는다. 노동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2020년 10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다 과로사로 숨진 장덕준 청년 노동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기도 했다. 작년 7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과로사 방지대책 합의, 10개월이나 지연한 혁신기업(?) 쿠팡의 반노동적 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는 성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당시 쿠팡은 여당의 '중재'도 거부해 버렸다.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 화제 외에도 새벽 배송 과로 노동, 물류센터 야간노동, 직장내 괴롬힘에 이르기까지 쿠팡의 이미지는 날로 악화돼왔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쿠팡의 불공정행위가 진화하고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주목할 것은 쿠팡 측의 사과가 흔치 않다는 사실이다. 이미 여러 언론이 사측의 과오나 잘못이 드러났을 때 '인정'은 하더라도 '사과'는 하지 않는 쿠팡 측의 대응을 지적해 온 바 있다. 8부작 공개(관련 기사 : 확연히 달랐던 '안나' 감독판, 쿠팡플레이의 오만함)와 쿠팡 플레이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던 '<안나> 사태'가 쿠팡플레이 측의 태도 돌변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중재'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도 결국 '쿠팡의 사과'가 핵심 문제로 대두됐다.
▲ 쿠팡플레이 <안나> 스틸 이미지. ⓒ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는 왜 입장을 바꿨을까 - 19일 이주영 감독 측과 쿠팡플레이 측,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함께 비공개 회의 - 21일 이주영 감독 "쿠팡플레이 총책임자로부터 진지하고 정중한 사과를 받았다"는 입장문 발표 - 22일 쿠팡플레이가 이를 부인하고 "깊은 유감을 표하며 아래와 같이 사실 관계를 정정하고자 합니다"라며 반박 입장문 배포 - 22일 이주영 감독 측 "쿠팡플레이는 위와 같이 허위사실이 대거 포함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이주영 감독 뿐만 아니라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에 대해서도 중대하게 명예를 훼손하고 있습니다"라며 재반박 지난 사흘간 벌어진 사태를 요약하면 이렇다. 일요일이던 지난 21일 이주영 감독 측이 입장문을 먼저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 감독 측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중재로 이 감독과 만난 쿠팡플레이 총책임자는 이 감독에게 <안나>를 편집해 6부작으로 방영한 것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다"라고 설명했다. 입장문 속 언어는 애초 이 감독이 쿠팡플레이의 갑질과 오만함을 지적하며 보인 날선 반응과는 사뭇 다르게 건조하고 절제돼 있었다. 21일 오후 '쿠팡의 사과'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쿠팡플레이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주영 감독 측 법률대리인들의 실명과 일부 행위를 언급하기까지 한 쿠팡플레이는 "이 감독 측이 일방적인 허위사실을 배포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라며 "법적 조치를 통해 그간의 회의록을 포함한 객관적 증거 등을 제시하고 사실 관계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의 21일 입장문과 쿠팡의 반박문에 공통으로 담긴 '사실 관계' 중 핵심쟁점은 사과 여부 및 입장문 내 '사과'란 표현을 쓰느냐가 유일했다. 쿠팡플레이는 입장문에서 "감독 및 6명에 대한 크레딧 삭제 조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하였습니다"라며 이런 설명을 내놨다. "(앞선 회의를 통해)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감독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편집하지 않았음을 시인하고 오해를 풀었습니다. 또한 지난 6월 초 이 감독과 쿠팡플레이, 제작사가 모두 참여하여 진행된 회의에서 6편에 대한 쿠팡플레이의 편집 진행과 함께 8편의 감독편을 별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사전에 인지했음을 재확인 하기도 했습니다." 이 감독 측은 이조차도 사실이 아니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애초 감독의 동의 없는 쿠팡플레이의 일방적인 재편집을 인정한 적도 전혀 없고, 이 감독의 입장도 바뀐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는 심지어 7월 8일자 보도자료에서도 <안나> '확장판'을 공개한다고 했지 '감독판'을 공개한다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감독판 공개 여부를 묻는 내용증명에조차 쿠팡플레이는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쿠팡의 사과' 보도가 핵심 쟁점으로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중재 하에 양 측이 합의한 21일 입장문이 보도된 직후, 쿠팡플레이는 예정에 없던 공동입장문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감독 측 주장을 토대로 전후 과정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쿠팡의 사과' 보도 전후 - 21일 오후 이주영 감독 입장문 발표 및 '쿠팡 측 사과' 언론 보도 - 보도 직후 쿠팡플레이가 새로운 공동입장문 요구 - 21일 밤 공동입장문 논의를 위해 이 감독 대리인들과 쿠팡플레이 측 회동, 내용 합의 실패한 이후 22일 오전 10시 회의 재개 합의 - 22일 오전 쿠팡플레이 회의 불참 - 22일 오후 1시 7분 쿠팡플레이가 단독으로 작성한 '공동 입장문'안과 '단독 입장문'을 메일로 전달, 오후 1시 35분까지 이 감독 측이 공동입장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단독 입장문'을 배포하겠다고 공표 - 22일 오후 이 감독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 '공동 입장문' 거부 - 이후 쿠팡플레이는 '단독 입장문'을, 이 감독 측은 반박 입장문을 배포 이 감독 측에 따르면, 19일 비공개 회의 당시 쿠팡플레이 측 핵심 관계자는 "진지하고 정중한 사과" 및 재발 방지와 함께 6부작 <안나>의 해외 플랫폼 공개 시 이주영 감독과 주요 스태프 6인의 이름을 크레딧에서 삭제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쿠팡의 사과' 보고가 난 직후, 이러한 쿠팡플레이가 이 감독 측에 한 약속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이 감독 측 주장을 종합하면, 21일 보도 이후 이 감독이 쿠팡플레이 측에 직접 받은 사과를 사과라고 인정하지 않아야 합의가 성사되는 기이하고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쿠팡 사과' 보도 이후 쿠팡플레이 내부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이주영 감독과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들은, 쿠팡플레이가 허위사실 명예훼손을 포함한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점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김성한 총괄을 비롯한 쿠팡플레이 관련자 전원에 대한 형사고소를 포함한 모든 법적 조치를 실행하고, 쿠팡플레이의 사과를 전제로 하여 자제하고자 하였던 저작인격권 침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 등을 제기할 것임을 밝힙니다." - 22일 이주영 감독 측 입장문 중에서 이에 따라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였던 '안나 사태'는 또 다시 민형사를 아우르는 법적 공방을 예고하는 중이다. 애당초 쿠팡플레이는 6부작 공개 및 편집과 관련해 제작사 측과 협의를 거쳤고,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이후 이 감독의 대응과 언론 보도 이후 협의에 나섰고, '쿠팡의 사과' 보도 이후 또 다시 입장을 바꿨다. 쿠팡 입장에선 '고개를 숙인 쿠팡'이란 이미지가 부담스러웠던 걸까. <안나> 속 현주(정은채)의 아버지이자 마레 갤러리의 사장인 이작가(오만석)은 하루 휴가를 청하는 유미(배수지)에게 호통을 치고 계약 조건을 강조하며 피해자 임을 자처한다. 유미가 갤러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사람으로 변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계기 중 하나가 바로 이작가의 아래와 같은 갑질이었다. "왜 날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일하는 조건이 뭐였는지 기억 안 나? 이젠 뭐 알 만큼 알아서 만만해? 응? 아니, 니들은 왜 약속을 안 지키니. 이해가 안 돼, 이해가. 니들 문제가 뭔지 알아? 게으로고 멍청한데 남들 하는 거 다 하고 살려니까 그 모양인거야. 평생을 그러고 살래, 평생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