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서 온 편지] 48. 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
민주시민교육 홍성네트워크 창립 당시 사진./출처=정재영 총장
최소한 충남에서는 민주시민교육 운동이 기성 운동 세대의 운동방식에 따라 조례 운동에서 멈춰있었고, 결과적으로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 및 교육 방법론의 주도권은 충남도가 독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서 전국적으로 이념교육이라는 오명을 쓴 채, 조례 자체의 존속 자체도 매우 위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홍성YMCA는 졸속하게나마 충남형 민주시민교육 교재 연구를 학술지에 기고하고, 교재를 발간하였고, 올해 마을 교사들과 함께 증보판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고민하는 분야는 아동과 청소년 대상으로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때 고민하는 것은 아무래도 기후 위기와 4차 혁명 시대를 살아야 하는 대상이 아동과 청소년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예측하고 준비한 것들, 그리고 가치관들이 과연 아동과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적합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동과 청소년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여야 하고, 현재 교실 밖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를 직접 토의하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아동과 청소년들이 직접 깨닫고 저마다의 필요성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동과 청소년의 민주시민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의식 교육 방법론이 아닌 구성주의 인식론을 기반으로 한 전환학습 및 게이미피케이션 학습방법론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을 교사들은 발견학습 방법론과 NVC(비폭력 대화)를 이용해서 용어와 현상을 학생들이 직접 단어에 대한 개념을 수립하고, 합의 및 숙의하는 과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동과 청소년 대상 민주시민교육은 옳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옳음을 깨닫게 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논지에서 ‘시흥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표준 교안 개발 연구 최종보고서’에서도 언급된 강사의 역량 문제가 대두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모두 민주시민교육을 처음 받아 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신일 교수의 학습사회 개념을 인용합니다. ①학습이란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뜻하고 ②학습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평생교육이다 라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강사들 간의 역량 강화는 강사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성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을 교사와 교재를 만들기 위해 2시간 강의에 8시간 준비시간, 2시간의 평가시간을 거치면서 교안을 다듬고 교사로서의 역량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파커 J 팔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인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교실이라는 학습의 장을 안전한 진리공동체로 성장시키는 것은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구별 없이 함께 학습한다는 개념입니다.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태초부터 존재한 진리의 조각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진리공동체이고 진리공동체에서의 교사의 역할을 무엇인가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존재라는 개념입니다.
교실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폭넓은 질문을 하더라도 교사가 위축되지 않고 교사로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오히려 그 질문들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공격이 아닌 학습의 시작이 될 수 있고, 이로써 학생과 교사 모두가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민주시민교육의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민주시민교육이 존속되어 국가와 지역의 민주주의 성장의 초석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