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기자
청소년 쉼터 '위카페 다온' 개관 4주년
창원시 합성동서 24시간 북카페 운영
위기·경계 청소년 발굴·보호·상담 지원
학교 밖 청소년 종합프로그램 '온기' 제공
다양한 강좌 개설...교육·체험·진로 탐색
11월 3일 4주년 행사 건축교육·전시 마련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0년을 맞이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2014년 '학교밖청소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경남도교육청은 '경상남도교육청 학업중단 예방 및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 조례'에 따라 2019년 10월 도심 내 학교 밖에서 청소년이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는 전용공간인 '위카페(Wee cafe) 다온'을 열었습니다. 경남교육청과 마산YMCA가 위·수탁 운영 협약을 맺어 '위카페 다온'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청소년 쉼터 '위카페 다온'이 오는 28일 개관 4주년을 맞이합니다. '다온' 품에서 배우고 체험하는 청소년들을 만나보고, 그동안 '다온'이 넓혀온 역할을 돌아봤습니다.
청소년 쉼터 '위카페 다온'에서 마련한 학교 밖 청소년 종합프로그램 중 클라이밍 시간에 청소년들이 실내 암벽등반을 즐기고 있다. /이동욱 기자
지난 25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한 실내 암벽등반장. 청소년 7명이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며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할 수 있다", "거기 밟아", "잠깐 쉬어"라는 응원도 잇따랐다. 곧이어 "됐다", "(기록) 깼다"는 환호성이 들린다. '위카페 다온'에서 마련한 학교 밖 청소년 종합프로그램인 '온기'(다온에서 기회를!) 가운데 '클라이밍'(암벽등반) 시간이었다.
◇배우고 꿈꾸고 = 이들은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대안학교인 어깨동무학교(어깨동무교육공동체)를 다니면서 '다온'에서 다양한 수업을 듣고 있다.
정석호(16) 군은 초등학교 5~6학년 때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고민 끝에 대안학교를 선택했다. 3년 전 '다온'을 소개받아 ITQ(정보기술자격) 자격증 공부를 했고, 그때부터 매년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친절하고 재미있게 가르쳐서 계속 수업을 듣고 있어요. 배움도 배움이지만, 보드게임을 함께하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좋아요."
올 하반기에는 클라이밍, 역사, 창의 미술을 배웠다. 좋아하는 것이 많아서 꿈은 천천히 생각하려고 한다.
"실내 클라이밍은 근력 운동도 되고 성취감이 커요. 재미가 붙어 더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역사는 선생님이 밝고 보드게임을 하거나 이야기를 이어가며 배워서 그런지 역사와 친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만들기나 그리기에 재주가 없었는데,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 작품) 같은 점묘화 명작을 따라 그리면서 실력이 올라서 기뻐요. 다양한 것을 하다 보면 앞으로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요?"
정하민(14) 군은 다니던 중학교를 떠난 지 반년 남짓 됐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떨어질 생각에 대안학교로 가기 싫었지만 대학과 인생까지 염두에 두고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대안학교에 다니며 처음 온 곳이 여기 실내 암벽등반장이다. 형, 누나와 함께 있다 보니 차츰 마음의 문도 열게 됐다. 지금은 역사, 영어회화 수업도 듣고 있다.
"처음에는 친해질 마음이 없었는데 형, 누나가 너무 잘해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앞으로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칠 예정이고,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있어요."
청소년 쉼터 '위카페 다온'에서 마련한 학교 밖 청소년 종합프로그램 중 클라이밍 시간에 청소년들이 실내 암벽등반을 즐기고 있다. /이동욱 기자
신선(16) 양은 학업 쪽으로 소질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성격도 움츠러들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했던 시기가 있었다. 중학교 2학년까지 마치고 대안학교로 옮겼는데, 오히려 그때부터 공부에 속도를 냈다. 중학교 졸업학력,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모두 마친 상태다. '다온'에서는 ITQ, 한자, 요리, 역사, 체육, 미술, 클라이밍 등 매년 4~5개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역사기행이나 자격증 따는 것도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운동하면서 땀 흘리고 몸을 움직이다 보니 성격이 바뀌더라고요. 여전히 말을 잘 못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격이 된 것 같아요."
고교 졸업 자격까지 갖춘 신선 양은 대학 진학보다는 컴퓨터 세무 쪽으로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온에는 청소년들이 부끄러워하지 말고 모두 와줬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청소년 쉼터 '위카페 다온'과 마산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가 마약 예방 등 청소년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위카페 다온
청소년 쉼터 '위카페 다온'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2동 주민자치회가 청소년 응원 활동을 하고 있다. /위카페 다온
◇모든 청소년의 공간 =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옛길 234에 있는 '위카페 다온'은 24시간 북카페를 운영하며 위기·경계 청소년을 발굴하고 보호한다. 개관 이후 올 5월까지 3만 6767명을 지원했다. 다온은 우리말 그대로 '좋은 일이 다 오다'라는 뜻과 다온(多溫)으로 온기가 가득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온'은 1 대 1 전문상담, 집단상담, 심리검사, 멘토링 활동, 학업중단숙려제, 학생 상담·소통 공간인 위(Wee)클래스 등 지원도 맡고 있다. 컴퓨터활용능력, 국제바리스타, ITQ, 제과, 제빵, 한식조리사, 캘리그래피 등 자격증 취득 과정을 지원하며 역사 탐방, 지리산둘레길 걷기, 로봇랜드, 기상과학관, 농촌 등 다양한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인식 개선, 권익 보장, 모니터링, 연구 활동도 함께한다. 마산동부경찰서, 합성1·2동 주민자치회, 경남대, 인제대 등과는 지역사회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지역 대학생 봉사단도 운영해 그동안 3253명이 활동했으며, 찾아가는 거리 상담으로 위기 청소년을 자체 발굴하는 주·야간 봉사활동으로 7960명을 지원했다.
북카페는 하루 평균 청소년 80~100명이 이용하며, 야간 방문 긴급·일시보호 청소년은 월평균 5명이다. 연간 2000명가량 학교 밖 청소년이 자격증, 심리 상담, 검정고시, 캠프, 교육, 문화, 체육 등 서비스를 지원받는다.
청소년 쉼터 '위카페 다온'에서 마련한 학교 밖 청소년 종합프로그램 중 '창의미술' 수업 모습. /위카페 다온
청소년 쉼터 '위카페 다온'에서 마련한 학교 밖 청소년 종합프로그램 중 'ITQ' 수업 모습. /위카페 다온
'다온'은 상반기와 하반기 10~19세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종합프로그램 '온기'를 마련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플루트·볼링·창의미술·통기타·클라이밍 등 예체능 프로그램, ITQ 등 자격증 프로그램, 한국사·역사기행·영어회화 등 교육 프로그램, 공예·가드닝 플라워(생활원예) 등 진로·취미탐색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강좌(문의 070-4285-0578)를 개설하고 있다.
김서현 위카페 다온 센터장은 "위카페 다온은 학교, 가정 안팎 청소년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평등하게 머물 수 있는 청소년 전용공간"이라며 "가정 밖 청소년의 가정 복귀,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 복귀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또한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주년 기념행사는 '배우고,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자리다. 지역 건축가들의 재능기부로 청소년 건축 교육이 이뤄진다. 참석자들은 건축적 감수성을 키우고 도시환경의 공적 가치를 나눌 예정이다.
오는 11월 3일 오후 3~4시 위카페 다온에서 건축가와 만남, 전시 관람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우연한 건축과의 만남, 어쩌다 마주친 건축'이라는 주제로 다음 달 8일까지 이어진다.
/이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