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기자
만 75세 이상 대상...월 8회 시내버스 무료
주민 "왕복 4번 타면 끝...지원 확대해야"
시민단체 "도입은 긍정...손실금 평가 필요"
창원시가 만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월 8회 시내버스 무료 이용 사업을 시작했지만 연령·횟수 제한 탓에 무상교통 정책 흐름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시장 공약인 만큼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가 지난 2일 시작한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 사업’ 대상은 만 75세(1948년 생일 기준) 이상이다.
시는 지난달 1일부터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을 받아 ‘어르신 교통복지카드’를 발급했다. 한 달간 대상자(6만 4152명) 중 47.2%(3만 267명)가 발급받았다.
시 교통건설국 버스행정팀 관계자는 “구청별로 보면 노인 인구 분포가 높은 마산회원구·마산합포구·진해구 발급률이 높은 편이다. 소득격차도 반영된 것으로 보는데 자가용 차량 이용이 많은 성산구 발급률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75세 이상 노인 중에 버스를 이용하는 비율을 40% 정도로 추산했기에 발급률도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교통카드 발급률이 시내버스 이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령층이라 버스를 타기 어려운 여건에도 무료라는 말에 카드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성산구의 한 통장인 이모(70) 씨는 “행정복지센터에서 75세 이상 거주자 명단을 주면서 어르신 교통카드 발급을 독려했다. 당사자가 신분증을 들고 가서 직접 받아야 해서 설명하고 받도록 했다”며 “85세가 넘은 주민들도 교통카드를 받기는 했는데 대부분 다리가 불편해 버스 이용이 어렵다. 받아 가도록 역할은 했는데 도움이 특별히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의창구 도계동에 사는 정모(76) 씨는 “횟수 제한이 있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왕복 4번 타면 끝나서 아쉽다”며 “매일같이 버스 타는 사람에게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찔끔 지원해줄 게 아니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창원시 마산어시장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홍남표 시장은 선거 때 공약 사항으로 ‘65세 이상 시내버스 무료화’를 내세운 바 있다. 당시 마산YMCA는 시민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시내버스 무상 정책을 비롯한 생활밀착 공약을 각 후보자에게 전달했었다.
시는 예산 문제로 연령과 횟수를 제한해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는 2025년 1월부터 만 70세 이상, 2026년 1월부터 만 65세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 버스행정팀장은 “운수업체에 매달 지급하는 손실금을 포함해 월 3억 원 시비가 투입된다. 올해 10~12월 9억 원, 내년에는 연간 36억이 원 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과 교통복지 실현이라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무상교통 정책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조정림 마산YMCA 정책기획국장은 “기후위기 시대 탄소 줄이기를 위한 무상교통 정책은 전국적인 이슈이다. 교통복지 측면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크게 나뉜다. 무료 대상을 어린이·노인·취약계층 등으로 한정하거나 구분 없이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금액을 설정하거나 자치단체마다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내버스 무료화는 마산YMCA가 제안했던 내용이고 창원시가 정책을 입안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원 대상 범위와 형태가 한정적이라 한계도 분명하다. 대상을 75세 이상으로 협소하게 잡아 고령자 이용률은 낮은데 운수업체에 손실금 지원액만 쏟는 꼴이 되지 않을지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겠다”고 짚었다.
부산시 동백패스와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는 대중교통 통합할인 제도로 연령 구분이 없다. 부산은 월 4만 5000원 이상 이용 때 초과 금액을 동백전(지역화폐)으로 환급해 주고, 서울은 6만 5000원으로 버스·지하철 등에서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전북 남원시는 7월부터 70세 이상에 횟수 제한 없이 버스 무료, 부산시는 이달부터 어린이 대중교통(버스·지하철) 요금을 무료화했다.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