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
한국YMCA전국연맹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창립 11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YMCA전국연맹(한국YMCA·이사장 신관우, 사무총장 김경민)이 10일 창립 110주년을 맞아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와 전쟁,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서 기독교 가치관에 따른 생명존중과 평화의 시대를 새롭게 재편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특히 이날 열린 창립 기념식에서 일본YMCA는 일제의 식민 통치 정책을 지지했던 과거사를 사죄했다.
전국 64개 지역 YMCA로 조직된 한국YMCA는 이날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창립 11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한국YMCA는 이날 비전선언문을 발표하고 ‘회심하여 정의로운 전환으로(막 1:15)’라는 창립 110주년 비전에 따라 평화, 기후 정의, 생명경제와 민중 복지, AI 시대의 디지털 정의, 새로운 문화 창조와 교육 과정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독교 가치관에 따른 시민사회 운동을 이어나갈 것을 천명했다.
신관우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한국YMCA는 질고의 역사 가운데 청년 예수의 마음을 가슴에 담고 민족의 독립과 해방, 한국전쟁은 물론 군사독재의 시기와 민주화 운동의 열망을 드높인 모든 순간순간마다 주어진 소명과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 노력해왔다”며 “우리는 지금 개척자의 심정으로 선배들이 이뤄온 성과를 기억함은 물론 새로운 비전과 미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에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 모습.
이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혐오, 반대와 불신이 아닌 신뢰와 회복,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더 존중받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분열이 아닌 연대, 과거가 아닌 미래, 절망이 아닌 희망, 멈춤이 아닌 변화를 향한 선택하는 것, 우리 사회를 생명과 평화의 세상으로 이끌어 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균형 있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사회, 단절과 파괴가 아닌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 사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시민사회 역량이 발휘되는 사회, 바로 이런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덧붙였다.
창립 기념식에서는 과거사 회개와 반전(反戰) 메시지도 들을 수 있었다. 일본YMCA연맹 이사장인 야마모토 도시마사 목사는 이날 기념식 축사에 나서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YMCA가 식민지 정책을 승인하고 지지했던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회개한다”고 전했다. 그는 “1913년 일본 식민지 통치하에서 한국YMCA를 일본YMCA에 귀속시키려 한 사실이 있고 이를 고통스럽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YMCA연맹은 이사회 등 현지 지도자 일동 명의의 축사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연대할 뜻을 전했다. 특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새로운 YMCA를 설립하기 위한 기반 마련을 우선순위로 추진해 한·러 YMCA 간의 새로운 연결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일본YMCA연맹 이사장인 야마모토 도시마사 목사가 이날 기념식 축사에서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YMCA의 과거사를 사과하고 있다.
김경민 한국YMCA 사무총장은 이러한 내용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계YMCA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세종시에 2025년 3월 착공 예정인 한국YMCA 생명평화교육원 건립 등 15가지 창립 110주년 기념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또 ‘한국YMCA 인명사전’의 2026년 3월 발간을 목표로 현재 권역별 편찬 회의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국YMCA는 이날 제11대 조선체육회 회장, 건국준비위원장을 지낸 몽양 여운형(1886~1947) 선생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상은 몽양의 종손자인 여인성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받았다. 한국YMCA는 몽양의 독립운동 사상과 스포츠를 통한 청년교육 활동 기저에 기독교 가치관과 YMCA 사역이 중요한 축을 감당했다고 보고 그의 사역을 재조명하는 한편, 몽양의 기독교 정신 계승을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과 이동규 전 세종YMCA 이사장에게는 감사패를 수여했다.
신관우(왼쪽에서 여섯 번째) 한국YMCA 이사장이 이날 공로상과 감사패를 받은 주요 인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기념식 1부 예배에서는 양희창 빈들교회 목사가 설교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진 기념식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 신첸 중국YMCA연맹 이사장 등이 현장에서 직접 축사했고, 소헤일라 헤이엑 세계YMCA연맹 이사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등은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다.
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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