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렇게 풀자]〈5·끝〉 상대 이해하려는 노력 중요
층간소음 갈등 절반 이상은 ‘감정’
“먼저 미안한 마음 표시해보세요”
중재기관-전문가 도움도 필요
층간소음은 전 국민적 스트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적으로 광범위하고, 질적으로 심각한 사안이다. 이에 비해 해결방법을 찾는 노력은 미미하다.
층간소음을 없애는 근본적인 방법은 소음, 진동이 전달되지 않도록 아파트·연립주택을 설계, 시공하는 일이다. 건설사들은 비용 문제를 거론하지만 층간소음으로 받는 스트레스 총량에 비하면 미미하다. 관련 정부기관이나 건설업체들이 반성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많다.
층간소음 문제가 일단 발생했을 경우에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윗집이 아랫집에, 관리사무소가 주민에게 혹은 같은 가족끼리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너무 민감한 것 아냐? 이 정도는 참고 살아야지”라는 말이다. 소음에 둔감한 사람도 있고, 예민한 사람도 있다. 둔감하기를 요구할 수는 없다.
분쟁 조정 전문가들이 꼽는 층간소음 갈등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런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 매일 지속적으로 축적된다는 점이다. 3∼4년 이상 가는 사례도 많다. 그 사이 피해자는 정신병원에 다니기도 하고, 어떤 계기로 분노가 폭발해 살인 폭행이 벌어지기도 한다.
층간소음 갈등의 절반 이상은 감정이라고 한다. 소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미안한 마음을 표시한다면 아랫집도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직접 맞서기보다는 공동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중재기관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극단적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아래에 층간소음과 관련된 정부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견해들을 모아봤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현재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기준 강화, 시공사는 기술 개발 등에 초점을 맞춰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이런 노력은 층간소음이 처음 문제가 된 2000년대에도 있었다. 정부와 시공사가 각자의 입장이 아니라 피해를 직접 겪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층간소음을 바라보고 정책, 기술 개발을 해야 층간소음의 민원을 줄일 수 있다.
△주건일 YMCA이웃분쟁조정센터장=‘아파트 층간소음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주민이 “참고 있다”라고 답했다. 층간소음이 반복 지속되면 참다못해 이웃끼리 싸움이 벌어지고 경찰이 동원되기도 한다. 소송할 수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중간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주민 자율을 통한 갈등 예방 및 해결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 아파트 단지, 동별로 주민자율조정기구 성공 사례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강규수 소음진동피해예방시민모임 대표=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은 건설사들이 방음이 확실히 되도록 아파트, 연립주택을 짓는 일이다. 바닥 충격흡음재도 성능 좋은 것들이 많다. 건설사들이 비용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이달부터 사후확인제가 시행된다고 하는데 아직 미흡하다. 소음 측정을 2% 샘플이 아니라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또 가청음(可聽音) 위주가 아니라 쿵쿵거리는 진동음도 규제해야 한다.
△서병량 한국환경공단 주거환경관리부 과장=‘우리 집 바닥은 아랫집 천장’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층간소음은 예방과 배려가 중요하다. 과도한 항의, 천장을 치는 행동, 문을 발로 차는 등 감정적인 대응은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의 도움을 받는 게 낫다.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연락할 수 있다.
△강태석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장=다른 나라에 비해 공동주택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층간소음 문제가 더 많이 불거지는 것 같다. 이전까지는 건설사들이 설계만 제대로 하면 됐다. 설계대로 시공이 안 된 경우도 발견됐다. 올해 8월 사후확인제 도입으로 실제 제대로 지어졌는지 확인까지 한다. 이 밖에 층간소음 흡수 등급이 잘 나오도록 건설사들이 시공했을 때 해당 건설사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