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유격수 유망주 키니언
버펄로 트라이아웃 초청됐지만
“2차대전 참전” 입대 뒤 선수 포기
뒤늦게 ‘하루짜리 계약’ 꿈 이뤄
100세가 되어서야 80년 전 자신을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에 초청했던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하게 된 로이 키니언. 사진 출처 록포트유니언선앤드저널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한 100세 노인이 있다. 마치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후속작처럼 들리지만 소설이 아닌 실화다.
메이저리그 토론토 산하 트리플A 팀 버펄로는 로이 키니언(100)과 하루짜리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독립기념일(7월 4일)을 맞아 기획한 ‘깜짝 이벤트’였다.
키니언과 버펄로의 첫 인연은 그가 스무 살이던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버펄로는 고교 시절 타율 0.741을 기록한 유격수였던 그를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에 초청했다. 키니언은 당시 야구부와 농구부 주장을 모두 맡아 두 팀을 모두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끌면서 예비 스포츠 스타로 각광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키니언은 나라를 위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겠다며 트라이아웃 참가 기회를 포기했다. 4년간 해군에서 복무한 그는 육지에서는 자동차 정비를 맡았고 해상에서는 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한 수륙양용 함선 ‘쇼숀’에 승선했다. 종전 후 제대한 그는 35년간 제너럴모터스(GM)에 부품을 공급하는 ‘해리슨 라디에이터’의 감독관, 관리자로 근무했다. 다만 야구를 아예 놓지는 않았다. YMCA와 동네 리틀리그에서 뛴 세 아들에게 직접 야구를 가르친 것.
버펄로는 트라이아웃 초청 80주년을 기념해 뒤늦게 그와 계약을 맺었다. 앤서니 스프래그 단장은 “마이너리그 단장이 미국 영웅을 현역 로스터에 올릴 수 있는 일이 흔한 기회는 아니다. 키니언이 이 계약으로 영원히 우리 팀의 일원이 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키니언은 4일 시러큐스와 맞붙는 안방경기에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