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아트센터서 열린 창원박물관 토론회 임학종 전 국립김해박물관장 등 5명 주제 발표 "특례시 위상 걸맞은 박물관 꼭 지어져야" 한목소리 '예산 문제 제기' 구점득 시의원, 일정 이유로 불참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수원·용인·고양·창원에 특례시 명칭이 부여됐습니다. 그런데 (창원에 제대로 된) 박물관이 없습니다. 더 부끄럽게도 도청 소재지가 창원인데 우리는 도립박물관조차 없습니다.”(임학종 전 국립김해박물관장)
(사)합포문화동인회,마산역사문화유산보전회, 진해근대문화유산보존회,창원고고학회,마산YMCA가 함께한 창원박물관 건립 토론회가 11일 창원시 3.15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사)합포문화동인회, 마산역사문화유산보전회, 진해근대문화유산보존회, 창원고고학회, 마산YMCA가 지난 11일 오후 7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제5강의실에서 ‘창원박물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박물관 건립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열망으로 가득 찼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임 전 관장은 마이크를 잡고 통합 창원시의 구심점 확보와 역사적 정체성 제고를 위해 새 박물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3개 시(마산·창원·진해)에 소규모 전시관과 박물관이 존재하지만, 전시 주제나 규모가 한정적”이라며 “창원시 전체 역사를 조사·연구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박물관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임 전 관장은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끈 지역 기업과 노동자들을 기념하고 그 역사성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박물관 건립을 두고 경영 논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사)합포문화동인회,마산역사문화유산보전회, 진해근대문화유산보존회,창원고고학회,마산YMCA가 함께한 창원박물관 건립 토론회가 11일 창원시 3.15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박물관 수 부족 = 송성안 경남대 교수(자유전공학부)는 도내외 지자체와 창원지역 박물관 현황을 비교·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며 시의 박물관 정책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낸 ‘전국문화 기반 시설 현황’(2022년 1월 기준)을 보면, 창원에 있는 박물관은 국공립·대학 박물관을 포함해 8곳(미등록 박물관 2곳)이다. 사립 등록 박물관은 없다. 도내에서 박물관이 많은 곳은 김해시(15곳)와 진주시(10곳) 순이다.
송 교수는 “특례시 규모에 비해 박물관 수가 많은 것이 아니다”라며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매우 빈곤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수원에는 국립 1곳, 공립 3곳, 사립 1곳, 대학 2곳으로 모두 9개 등록 박물관이 있고 용인에는 공립 3곳, 사립 6곳, 대학 3곳으로 모두 12개의 등록 박물관이 있다. 그는 “창원과 비슷한 인구인 수원과 용인은 양적·내용적 측면에서 창원과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역사 자료 수집·연구 기관 필요 = 김주용 창원대박물관 학예실장은 창원박물관 부재로 수많은 문화유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지역 내 분야별 학술 연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김 학예실장은 “박물관 기능을 전시 중심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역 역사 문화자료를 수집하는 기능”이라며 “학예사들이 지역 역사, 문화유산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창원박물관이 있었다면 연차적인 유적 발굴과 조사 현장 시민 공개, 전시·학술대회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들이 잘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창원박물관 건립은 박완수 전 시장 때인 2010년 11월 시작해 2016년 안상수 전 시정에서 중단되었다가 2018년 12월 허성무 전 시장 공약사업으로 다시 추진됐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 타당성 조사를 거친 끝에 지난해 3월 조건부 통과됐다. 하지만 홍남표 시장 취임 이후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박물관 건립 규모를 줄이고 시기를 늦추기로 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최석환 기자